총학생회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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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어버린 꽃에도 향기는 남는다.

     여느 때보다 요란했던 겨울의 시작이었다.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지난 겨울, 우리는 계 속되는 학교의 비민주적인 학사 행정 앞에 더 이상 침묵하거나 물러서지 않았고 우리의 권리 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힘겨운 싸움 끝에 꿈쩍도 않던 학교는 결국 미래대학 설립안과 학사제도개편안을 모두 철회했고, 우리는 수년간 요구해왔던 학교-학생 간 공식적인 협의체인 학사제도협의회를 만들어냈다. 작지만 소중한 승리의 경험이 주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승리가 현재 학생사회가 처한 불안한 상황들을 종식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같은 겨울, 학우들의 연서에 의해 총학생회장단 탄핵안이 발의되었고, 눈에 띄게 여러 단과대 학·독립학부·과·반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섰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들을 반영하듯, 총학생회 장단 선거 역시 역사상 유례없는 단선으로 치러지게 되었다. 이처럼 현재 고려대학교 학생사회 가 처한 일련의 위기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우리는 눈앞의 작은 승리에 도취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학생사회가 처한 가장 시급한 문제 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해나가기 위해 힘써야 할 때이다.

     학생사회라는 꽃은 시들어버렸다. 학우들의 신뢰를 받지 못 하는 학생회는 학우들이 떠나버 린 쓸쓸한 학생사회를 정처 없이 맴돌고 있다. 점점 학우들은 학생회와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각박하고 파편화된 사회 속에서 ‘우리’라는 단어가 일상 속에서 차지하던 시간은 줄어들었다. 현실의 추위는 냉혹했고, 고려대학교 학생사회 역시 그것을 버텨낼 수는 없었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학생사회에 가해지는 충격들은 고스란히 학우들에게 되돌아오기 마련이었다. 더 많은 학우들이 학생사회로부터 발걸음을 돌렸고, 하루가 갈수록 그 위기는 증대되고 있다. 생기를 잃은 학생사회의 전반적 분위기는 비단 총학생회만의 것은 아니었다. 많은 학내 단체들이 단과 대와 과반으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구조 속에서, 생산적 논의와 능동적 대응을 가능케 할 만한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할 우리의 공동체는 어느 순간 움직임을 멈춰버 렸고, 이제는 형식과 제도로 근근이 그 명목을 잇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 같은 현재 고려대학교 학생사회가 처한 위기의 해결책을 공동체와 구성원 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에서 찾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는 고려대학교 학생사회를 공 동체라 명명하기 위해 우리가 처한 현실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학교라는 같은 공간을 전유 하고 있다하여 고려대학교 학생사회를 공동체라 부를 수는 없다. ‘자유, 정의, 진리’ 라는 교훈 을 모두가 외고 있다하여 그것을 공동체라 부를 수는 없다. 공동체라 함은 그 구성원들이 모여 하나의 유기체적 조직을 이루고 목표나 삶을 공유하면서 공존할 때에 가능하다. 공동체란 단순 한 결속을 뛰어넘는 무엇이며, 동시에 상호에 대한 존중과 정서적 유대감을 포함하는 개념이 다. 우리는 과연 고려대학교 학생사회를 공동체라 부를 수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지금의 고려대학교 학생사회는 공동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의 이러한 현실 인식이 고려대학교 학생사회를 포기해야 하는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우리는 지난 겨울의 승리를 안고 봄을 맞이해야 한다. 시들어버린 꽃에도 향기는 남는다는 말을 되새 기며, 우리는 그 향기를 퍼뜨려 새로운 꽃을 피워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가 시작해야 할 지점은 우리가 무너졌던 바로 그 지점이다. 공동의 목표를 되짚어 보고 구성원들의 신뢰를 회 복해야 한다. 삶을 공유하자고 이야기하기 전에 삶을 공유할 이유와 터전을 만들어야 한다. 그 리고 마침내 활력을 되찾은 학생사회가 꿈틀거리는 바로 그 순간을 우리는 맞이해야 한다.

     제49대 고려대학교 안암 총학생회의 이름인 ‘이음줄’은 음높이가 서로 다른 음들을 잇는 악 상기호를 뜻한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악장을 이루지 못하고 조각난 공동체를 다시금 잇겠다 는 도전을 의미한다. 2만 학우가 함께 연주하는 앙상블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자유로운 발돋움 이 모두를 위한 발돋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앞으로 이음줄이 빚어낼 화음과 가락 들이 고려대학교 학생사회에 더 큰 울림을 만들어내고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고려대학교 제49대 총학생회 이음줄